오늘날 명조체와 고딕체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요? 그 원형을 만든 대한민국 1세대 글꼴 디자이너 최정호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가 남긴 글자를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현대적인 미감의 한글꼴을 처음 멋지어 한글 디자인의 위상을 한 층 높인 최정호 선생님을 기리며,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에서는 AG 랩, AG와 함께 온라인 최정호 박물관을 찬찬히 멋지어 꾸려갑니다.
최정호의 삶
아래 내용은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안상수・노은유, 안그라픽스, 2014)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최정호의 원도
동아출판사체 (1957년)
동아출판사의 사장 김상문의 요청으로 최정호는 첫 글꼴 원도를 그리게 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원도를 완성했습니다. 이 원도로 『새백과사전』 『세계문학전집』 등이 출간되었습니다.
해당 글꼴은 원도가 남아 있지 않아 인쇄물 이미지로 대체했습니다.
삼화인쇄체 (1958년)
동아출판사의 혁신적인 활자 개량 사업은 인쇄, 출판업계에 큰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삼화인쇄소도 뒤이어 최정호에게 원도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해당 글꼴은 원도가 남아 있지 않아 인쇄물 이미지로 대체했습니다.
모리사와 세명조 (1961)모리사와 소장, 모리사와코리아 제공
일본은 1920년대 사진식자기가 상용화되었고, 이후 모리사와와 샤켄이 이 업계를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처음 도입된 사진식자기는 한자 전용이었습니다. 1960년대 초, 모리사와 사진식자기 대리점을 운영하던 장봉선은 삼화인쇄체 원도를 모리사와에 전달했으나, 인쇄 압을 고려해 제작된 납활자 원도는 사진식자용으로 활용하기에는 너무 가늘어 세명조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동아일보제목체 (1970년)
동아일보의 기존 한글 활자는 균형이 조악하고 전근대적인 느낌이 나 기사 제목에는 한자를 쓰거나 직접 제목을 그렸습니다. 활자 개혁의 연장선으로 동아일보에서도 최정호에게 초호(初號) 한글 활자 원도를 의뢰했습니다.
해당 글꼴은 원도가 남아 있지 않아 인쇄물 이미지로 대체했습니다.
모리사와 중명조 (1972년)모리사와 소장, 모리사와코리아 제공
새로운 인쇄술인 사진식자 공정을 익히기 위해 최정호는 직접 모리사와에서 글꼴 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인 모리사와분켄을 방문했습니다.일련의 기술을 익힌 후 본문용 글꼴을 위주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가로짜기에 적합한 한글 균형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모리사와 세고딕 (1972년)모리사와 소장, 모리사와코리아 제공
모리사와 태고딕 (1972년)모리사와 소장, 모리사와코리아 제공
모리사와 견출명조 (1972년)모리사와 소장, 모리사와코리아 제공
모리사와 태명조 (1973년)모리사와 소장, 모리사와코리아 제공
모리사와 중고딕 (1973년)모리사와 소장, 모리사와코리아 제공
모리사와 견출고딕 (1973년)모리사와 소장, 모리사와코리아 제공
모리사와 중환고딕 (1978년)모리사와 소장, 모리사와코리아 제공
모리사와 HA300활자체 (1979년)모리사와 소장, 모리사와코리아 제공
샤켄 중명조 (1969년 이후)노은유 소장, 노은유 제공
모리사와에서 원도 개발을 시작한 시기 즈음, 샤켄에서도 의뢰를 받아 원도를 제작했습니다. 샤켄의 원도의 존재 여부는 알 수 없으며, 기록도 엇갈린 것이 많습니다.
해당 이미지는 샤켄 중명조 글자판의 이미지입니다.
초특태명조 (1981년 이후)안상수 소장, 안상수 제공
모리사와와 샤켄 원도 개발 이후 의뢰를 받아 원도를 그리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정호는 계속해서 새로운 원도를 그렸습니다. 1981년 창간된 잡지 『마당』의 제호 등에서 굵은 부리계열의 제목용 글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초특태고딕 (1986년)안상수 소장, 안상수 제공
1982년 홍익대학교에서 한국 처음으로 타이포그래피 강의가 개설되었습니다. 홍익대학교에서는 타이포그래피 강의를 꾸리는 데 최정호에게 도움을 부탁했고, 최정호는 전공 학생들이 한글꼴의 기본을 익힐 수 있는 글자 10개를 그려주었습니다. 이는 1986년 타이포그래피 강의 교재 『글자 디자인』에 실렸습니다.
최정호체 (1988년)
최정호가 그린 마지막 부리 계열 원도입니다. 그는 원도 완성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세상을 떴습니다. 안상수는 그의 이름을 딴 글꼴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이 원도를 ‘최정호체’로 이름 지었습니다.
최정호와 AG글꼴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에서는 최정호 선생의 원도를 살려 더 아름다운 한글꼴을 제작합니다.
“한글의 기본 원칙부터 알고 시작해야 합니다. 가로줄기가 0.1밀리미터만 움직여도 전체의 균형이 깨진다는 사실은 글자의 원리를 터득하지 못하고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기지도 못하는데 날려고 기교를 부리는 것은 금물입니다.”
최정호, 『꾸밈』 7호 인터뷰 가운데